개봉한 밀가루, 상온에 보관하면 안 되는 이유 (팬케이크 증후군)

비 오는 날이면 고소한 부침개나 파전 생각이 납니다. 찬장을 뒤져보니 몇 달 전 쓰다 남은 부침 가루나 튀김 가루 봉지가 보입니다. 집게로 잘 집어놨으니 괜찮겠지 생각하고 요리를 해 먹었는데,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숨쉬기가 힘들어지는 응급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한 음식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본 포스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살자, 밀가루 진드기와 팬케이크 증후군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팬케이크 증후군 대표 이미지

팬케이크 증후군(Pancake Syndrome)이란?

이름은 달콤해 보이지만, ‘팬케이크 증후군’은 개봉한 가루 제품에서 번식한 진드기를 섭취했을 때 발생하는 ‘전신 알레르기 쇼크(아나필락시스)’를 뜻하는 무서운 의학 용어입니다.

밀가루, 부침 가루, 핫케이크 가루 등 곡물 가루를 개봉한 뒤 상온(싱크대 찬장 등)에 보관하면, 미세한 틈으로 눅눅한 습기와 함께 ‘가루 진드기’가 침투합니다. 이 진드기들은 육안으로는 먼지처럼 보여 식별하기 어렵지만,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폭발적으로 번식합니다. 문제는 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오염된 가루로 만든 음식을 먹었을 때, 기도가 붓고 혈압이 떨어지는 쇼크가 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펄펄 끓여도 소용없다? (열에 강한 알레르겐)

많은 분이 “뜨거운 기름에 튀기거나 굽는데 진드기가 다 죽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합니다. 맞습니다. 조리 과정에서 진드기는 죽습니다. 하지만 위험한 것은 진드기의 ‘생명’이 아니라 ‘시체’입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알레르겐)은 진드기의 배설물과 사체에 들어있는 특정 단백질입니다. 이 단백질은 열에 매우 강해서 끓이거나 튀겨도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습니다. 즉, 진드기가 죽더라도 그 사체가 섞인 부침개를 먹으면 똑같이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진드기가 발생한 가루는 아깝더라도 전량 폐기해야 합니다.

가루 식재료 올바른 보관법 (표로 정리)

그렇다면 남은 가루는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요? 핵심은 ‘온도’와 ‘습도’ 차단입니다.

구분상온 보관 (찬장/싱크대)냉장/냉동 보관
진드기 번식매우 활발 (위험)활동 정지 및 사멸
습기 차단취약함 (눅눅해짐)우수함 (밀폐 용기 필수)
추천 대상개봉 전 새 제품개봉 후 남은 가루
주의 사항집게로 집어도 틈새로 침투 가능냄새 배임 주의 (이중 밀봉)

가루 진드기는 습도 50% 이상, 온도 25℃ 정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주방의 싱크대 하부장은 진드기에게 최적의 호텔이나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개봉한 가루는 반드시 지퍼백을 꽉 닫은 뒤 밀폐 용기에 한 번 더 담아 냉장고나 냉동실에 보관해야 안전합니다.

마치면서

“밀가루에도 유통기한이 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개봉하는 순간부터 오염의 시계는 돌아갑니다. 특히 천식이나 비염, 집먼지진드기 알레르기가 있는 분들은 오래된 가루 음식을 섭취할 때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식재료 보관의 실수가 독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지난 포스팅에서 다루었던 햇빛 본 감자에 생기는 맹독(관련 글)과 일맥상통합니다. 감자는 ‘빛’을 피해야 하고, 밀가루는 ‘습기’를 피해야 한다는 차이점만 있을 뿐, 잘못된 보관은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쌀통에 쌀벌레가 생겼는데 이것도 위험한가요?

쌀바구미 같은 쌀벌레 자체는 알레르기를 유발하거나 독성이 강하지 않아서, 잘 씻어내고 밥을 지으면 큰 건강상의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벌레가 생겼다는 건 이미 쌀의 영양분이 파괴되고 곰팡이가 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므로 맛과 위생 면에서 좋지 않습니다. 쌀 역시 페트병에 담아 냉장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냉동실에 넣으면 가루가 뭉치지 않나요?

수분이 거의 없는 밀가루나 튀김 가루는 냉동실에 넣어도 꽁꽁 얼지 않고 가루 상태를 잘 유지합니다. 오히려 습기가 차단되어 더 뽀송뽀송하게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다만, 냉장고 냄새가 밸 수 있으니 반드시 밀폐 용기나 지퍼백 이중 포장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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