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 핀 음식, 곰팡이만 걷어내고 먹어도 안되는 이유

냉장고 구석에 있던 딸기잼이나 식빵을 꺼냈는데, 표면에 하얗거나 푸르스름한 곰팡이가 동전만 하게 피어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이거 비싼 건데…” 혹은 “나머지 부분은 멀쩡해 보이는데?”라는 생각에 곰팡이 부분만 숟가락으로 듬뿍 떠내거나 칼로 잘라내고 드신 적 있으신가요?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곰팡이의 ‘뿌리’와 ‘독소’를 통째로 섭취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곰팡이 핀 음식을 절대 먹으면 안 되는 이유와, 예외적으로 손질해서 먹어도 되는 음식을 과학적으로 구분해 드립니다.

곰팡이 핀 음식 대표 이미지

눈에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 (균사)

우리가 눈으로 보는 솜털 같은 곰팡이는 식물로 치면 ‘꽃’이나 ‘열매’에 불과합니다. 진짜 문제는 식품 내부로 깊숙이 뻗어 나간 ‘균사(뿌리)’입니다.

곰팡이는 씨앗(포자)을 퍼뜨리기 위해 표면으로 올라왔을 뿐, 이미 그 음식물 깊은 곳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뿌리를 내리고 소화 효소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겉보기에 멀쩡한 아래쪽 빵이나 잼 속에도 이미 곰팡이 균사와 독성 물질이 퍼져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부분만 걷어내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행동입니다.

끓여도 사라지지 않는 독소 ‘아플라톡신’

“잼은 다시 끓이거나, 빵은 토스트기에 구우면 균이 죽지 않나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고열을 가하면 곰팡이 생물 자체는 죽습니다. 하지만 곰팡이가 남긴 배설물인 ‘곰팡이 독소(Mycotoxin)’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곡류나 견과류, 가공식품에 피는 곰팡이 독소 중 하나인 ‘아플라톡신(Aflatoxin)’은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급 발암 물질입니다. 이 독소는 270℃ 이상으로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으며, 섭취 시 간세포를 파괴하고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물질입니다.

먹어도 되는 경우 vs 버려야 하는 경우 (표로 정리)

모든 곰팡이 핀 음식을 버려야 하는 건 아닙니다. 식품의 ‘단단함(수분 함량)’에 따라 곰팡이 뿌리가 침투하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분버려야 하는 음식 (Soft)도려내고 먹어도 되는 음식 (Hard)
종류잼, 젤리, 요거트, 빵, 콩나물, 부드러운 과일(딸기, 귤, 복숭아), 햄단단한 치즈(체다/파마산), 당근, 무, 감자, 딱딱한 살라미
이유조직이 무르고 수분이 많아 뿌리가 순식간에 전체로 퍼짐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해 뿌리가 깊게 침투하지 못함
대처법봉지째 밀봉하여 즉시 폐기곰팡이 부위에서 최소 2.5cm(1인치) 이상 깊고 넓게 도려낸 후 섭취

즉, 수분이 많고 말랑한 음식은 조금이라도 곰팡이가 보이면 전량 폐기가 원칙이고, 딱딱한 채소나 치즈는 곰팡이 주변을 넉넉하게 잘라내면 나머지는 드셔도 안전합니다.

된장/고추장 곰팡이는 괜찮나요?

발효 식품인 된장, 고추장, 간장에 피는 곰팡이(골마지)는 대부분 독성이 없는 효모균의 일종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오래 방치하면 유해균이 섞일 수 있고 맛이 떨어집니다. 따라서 곰팡이 핀 부분을 걷어내고, 남은 부분은 볶거나 찌개로 끓여서(가열 조리)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치면서

음식이 아까워서 망설여질 때는 “병원비가 더 나온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곰팡이 독소는 당장 배탈이 나지 않더라도 몸속에 축적되어 장기적인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어떤 음식은 하얗게 변해서 버려야 하고, 어떤 음식은 하얗게 변해도 약이 된다는 것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꿀이 하얗게 굳는 현상은 가짜가 아니라 진짜 꿀이라는 증거(관련 글)라고 알려드렸었죠? 꿀의 하얀 결정은 ‘안전(Safe)’, 잼의 하얀 곰팡이는 ‘위험(Danger)’. 이 두 가지 하얀색의 차이를 구별하는 것이 주방 고수의 비결입니다.

곰팡이 핀 부분을 냄새 맡아봐도 되나요?

절대 안 됩니다. 냄새를 맡으려고 코를 가까이 대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만 개의 곰팡이 포자가 코로 흡입됩니다. 이는 호흡기 알레르기나 천식을 유발할 수 있고, 폐 건강에 매우 해롭습니다. 곰팡이가 보이면 숨을 참고 조용히 비닐에 싸서 버리세요.

귤 상자에 곰팡이 핀 귤 하나가 나왔어요. 나머지는요?

곰팡이 핀 귤은 즉시 버려야 하고, 그 귤과 맞닿아 있던 주변 귤들도 과감히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귤처럼 껍질이 얇고 수분이 많은 과일은 접촉만으로도 포자가 옮겨붙어 이미 오염되었을 확률이 100%입니다. 나머지 멀쩡해 보이는 귤들도 하나씩 꺼내서 소금물로 씻어 물기를 닦은 후 보관해야 더 이상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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